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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by 이서말 2022. 4. 29.

 

하루키는 한국에서 흥행 보증수표다. 책을 냈다 하면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니 그렇게 불릴 만하다. 하루키는 하지만 소설가 하루키와 수필가 하루키로 나뉠 수 있다. 동일인이니 같은 바구니에 넣고 다뤄도 될 듯싶지만 그렇지 않기도 한다. 하루키의 수필만 좋아하거나 소설만 좋아하는 독자도 꽤나 있다. 그 이유는 두 장르 간에 확실히 구별되는 색깔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소설가 하루키를 다루려고 하지만 수필가 하루키도 꽤나 맛있는 문장을 지어낸다. 일단 다른 수필가와는 다르게 서사적이다. 작은 이야기, 에피소드들이 있고, 그 내용은 마치 스티븐 스필버그의 환상특급을 보는 듯하다. 짤막짤막한 이야기들은 교훈을 주거나 색다른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상실의 시대>로 잘 알려진 소설가 하루키는 꾸준하게 작품을 생산하는 성실한 작가다. 하루키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다면 어떻게 이야기를 엮을 것인가? 하루키는 너무도 많은 대표작이 있어서 선뜻 거론할 작품을 선택하기 쉽지 않은데 <해변의 카프카>, <태엽감는 새>, <1Q84> 이렇게 하도록 하자.

 

그가 집착하는 공통의 스토리라인은, 그것을 으로 부르든 아니면 보통의 기준에서 판단할 수 없는 초월적 신성으로 부르든 사람의 일상을 파괴하고자 하는 힘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 힘에 대해 일반적인 사람들은 감히 대항하기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그런 에 대항하는 선의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 선량함은 무력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평범한 삶을 지키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

 

<해변의 카프카>에서 그 선량함의 대표는 카프카라고 불리는 15세 소년이다. 그의 조력자로서는 나카타라는 노인이 존재한다. 초월적인 악의 상징으로는 카프카의 아버지인 화가다. 그 화가의 불가사의한 힘을 대적하기에 무력하게 보이지만 결국은 여러 선량함이 모여 일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태엽감는 새>에서는 오카다라는 서른 살의 실업자가 선량함의 대표 선수다. 어느 날 아내가 가출하면서 그녀를 돌아오게 하기 위한 그의 고군분투가 책의 내용이다. 그 반대편에는 아내의 오빠, 즉 처남이 있다.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정치인이고 영적으로도 대단한 힘을 가진 처남에게 대적하기에 오카다는 보잘것없고 무력하다. 하지만, <해변의 카프카>의 내용과 마찬가지로 그의 주변에서 힘을 보태는 선의의 조력자들 도움으로 어둠에 대항한다.

 

<1Q84>에서는 덴고와 아오마메가 일상을 지키고자 하는 주인공이다. 여기서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정령과 비슷한 리틀피플이 나오는 데 그들의 목적이나 능력조차 명확하지 않다. 다만,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 인간들에게 해악이 되는지라 맞서 싸운다. 이 소설에서는 또 다른 미션이 존재하는데 덴고와 아오마메가 이어지는 것이다. 오랜 세월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그 세계를 버텨나가는 힘이 된다.

 

그가 쓴 소설들도 백프로는 아니라도 이런 비슷한 스토리 라인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1) 초월적 존재, 그들의 힘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평범함을 벗어난 '

(2) 에 대항하는, 무기력한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

(3) 무기력한 주인공을 도와주는 조력자

 

그의 소설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의미에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주술적이며, 판타지이다. 소설을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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