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기1 이야기의 시작 할멈은 내게 아무도 믿지 말라고 했다. “할멈이나 여름이도 믿으면 안 되는 거야?” “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쇤네나 여름이도 믿으시면 안 됩니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셔야 해요.” 그때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다. 할멈이 하고 싶었던 말은 상황에 따라 내가 누구든 배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슬픈 일이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묶는 자는 주어진 것을 뺏는 자이고 지위를 박탈하는 자이고 생명을 거두는 자이다. 군림하기 위해서는 그 누구에게도 얽매여서는 곤란하다. 뱀 같은 혀로 그들을 속일 것이며 누구보다 재빠르게 움직여야 하며 겁을 먹게 해야 한다. 하지만 기껏 열다섯밖에 안 되는 계집애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부모의 원수를 갚고 .. 2022. 4.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