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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2

큐브 내가 사는 성은 꽤 널찍하다. 몇 개의 방이 있는지 몇 명의 사람이 안에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가장 극적인 것은 끝도 없이 방의 개수가 늘어나거나 줄어들기도 하는 등의 변화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성의 구조나 모양도 자주, 그리고 갑작스럽게 바뀐다. 어떤 날은 분명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눈을 떠 보니 식탁에 놓여 식사하러 온 居住人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도 있었다.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변화가 가득한 이곳 생활은 익숙해지기만 하면 유쾌하다. 각자 자신의 비법이 있겠지만, 내가 이곳에서 지내는 방법은 길 찾기를 포기하고 현재 상황을 충실히 이행하는 거다. 배가 고프다고 아무리 뛰어다녀봐야 식당을 발견할 수 없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이 목욕탕이면, 목욕한다. 우연히 식당을 만나면 먹고, 침대를 만.. 2022. 3. 29.
이상한 나라의 폴 경계가 무너져 내린다. 현실이 희미해진다. 시간이 멈춘다. 적막한 동굴에 들어와 있는 듯 주변에 소리가 사라진다. 다른 세계로 전이되는 과정이다. 예감 같은 것이 있다. 일이 시작되기 전에 보이는 작은 징조들. 처음에는 무의미한 단서였지만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점차 뚜렷한 증거가 됐다.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흥분도 동시에 느낀다. 지금까지 버텨냈으니 앞으로도 잘 지낼 수 있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능숙한 베테랑이 될 수 있다. 저쪽 세계가 가까워지면 냄새가 난다. 강한 아드레날린의 냄새다. 짐승들의 냄새. 크고 작은 야수들이 뿜어대는 욕망, 살기, 공포가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것이다. 향기도 있다. 이색의 느낌 좋은 냄새다. 하지만, 그런 것이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진서는 수.. 2022.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