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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남아 있는 나날

by 이서말 2022. 4. 1.

  줄거리는 고리타분한 늙은 집사의 과거 반추이다. 시대가 바뀌어 존경받던 직업이 일종의 기능직처럼 변해 버리면 발 빠르게 적응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 늙은이에게 무리한 요구다. 적응하지 못하면 과거에 대한 향수와 서글픈 감상만 남게 되겠지. 그렇다고 과거 화려했던 시절도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다. 개인의 판단을 배제하고 자기 직무에만 충실한 자의 허망함 같은 것이지, 헛된 자부심, 자기 아집에 빠져있다. 하지만, 그도 그런 결정이 전적으로 옳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 이렇게 위로한다.

 

  언제까지나 뒤만 돌아보며 내 인생이 바랐던 대로 되지 않았다고 자책해 본들 무엇이 나오겠는가? 여러분이나 나 같은 사람들은 궁극적으로, 이 세상의 중심축에서 우리의 봉사를 받는 저 위대한 신사들의 손에 운명을 맡길 뿐 다른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내 인생이 택했던 길을 두고 왜 이렇게 했던가 못했던가 끙끙대고 속을 태운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여러분이나 나 같은 사람들은 진실되고 가치있는 일에 작으나마 기여하고자 노력하는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결국 과거를 후회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특히, 노년에 회한에 잠겨서 어찌하겠는가? 하루 중 가장 좋을 때는 저녁이다. 하루 일을 끝냈으면 이제는 다리를 쭉 뻗고 즐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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